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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배양숙의 Q]김은미 CEO스위트 대표에게 글로벌 시티즌십을 묻다

 

 
평생 화두는 인간에 대한 사랑…오픈 마인드와 부단한 노력으로 성장
1997년과 2019년, 두 차례 위기 통한 깨달음
저서 `대한민국이 답하지 않거든, 세상이 답하게 하라` 전자책으로도 출시

CEO스위트 광화문교보점에서 김은미 대표(왼쪽)와 배양숙 글로벌인사이트포럼 대표.
Q. 2019년 8월, CEO스위트 홍콩 오픈 이후와 1997년 9월 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의 창업 후 두 번을 시위와 준전시 상황의 위기를 겪었다. 과거와 현재의 위기를 대하는 관점과 이겨내는 힘에 변화가 있나?

A. 모친께서 사업을 하시다 자주 망해서 사업에 대한 포비아(공포)까지 있을 정도로 사업을 두려워 했어요. 하지만 호주에서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살아내야 해서, 하는 수 없이 창업을 하게 됐죠. 사업에 대한 사전 준비는 없었지만 큰 열망만으로 시작했어요. 그런데 창업 한 달 후에 바로 IMF 외환위기 상황이 되고 은행에서 빌린 미국 달러의 가치가 10배가 오르더군요. 인도네시아에서는 혁명이 일어나 최악의 전시상황이 벌어졌고요. 설상가상, 그 당시 임신까지 해서 정말 제 인생 최악의 순간을 겪어야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는 정말 ‘견뎠다’고밖에 표현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처음 시작한 사업은 어떻게 주체를 해야할지 모르겠고,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아이는 계속 커가고, 미래는 암담하고. 악몽과 불면증에 시달렸습니다. 그런데도 견뎌낼 수 있었던 이유는 저에게 다른 길이 없었기 때문이에요. 준 전시의 위기상황에 글로벌 기업들이 자국으로 철수를 할 때에도 이를 악물고 회사를 지켰더니, 상황이 안정된 후 CEO스위트의 가치가 올라가더군요. 견디지 못하면 길가에 나앉아야 하는 상황이었으니 무조건 방법을 찾아야 했고, 신경쇠약 상태에 이를 정도로 모든 에너지를 일하는 데에 쏟았습니다. 그렇게 견디다 보니 전화위복이 되어서 오히려 사업을 확장하게 됐어요.

그 이후에도 아시아 경제 위기가 나라 별로 번갈아가며 왔음에도 불구하고 저희는 22주년이 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성장했어요. 작년에는 홍콩에 진출했는데, 그간 진출한 아시아 시장 중에 가장 어려웠습니다. 모든 사람이 원하는 도시이다 보니 경쟁이 심하고, 한국보다 물가가 몇 배 비싸요. 세계에서 임대료가 가장 높고요. 홍콩에서 가장 비싸고, 아무나 근접할 수 없고, 누구나 받아들이지 않던 임대주에게 먼저 연락이 와서 입점하게 됐어요. 그 순간, 지금까지 힘들었던 시기들의 임계점이 지나고 보답을 받는 것 같았죠. 해서 평소의 몇 배를 투자해서라도 최고의 쇼케이스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 센터를 공사하고 있던 찰나 홍콩 시위가 일어나 인도네시아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진 거예요. 홍콩은 수 개월째 상황이 나아지지 않아 지금까지 거액의 임대료만 지출되는 중입니다.

얼마 전 여고 동창 모임에서 ‘요즘 가장 힘든 일이 무엇이냐’는 선배님의 질문에 ‘그다지 힘든 일은 없는 것 같다’고 대답했어요. 인도네시아에 물난리로 고객사, 직원들의 집이 물에 잠기고, 호주 산불과 마닐라 화산폭발로 고객사들이 위험에 처하고 설상가상으로 베이징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이슈까지. 어려운 일들을 계속해서 겪고 있지만 그런 상황들은 제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일임을 받아들이고 그 상황 속에서 저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요.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있고, 인생은 항상 업앤다운이니까요. 오히려 이런 상황들을 겪으면서도 같이 견뎌주는 팀원들이 너무 고마워요. 이런 상황들로 겪었던 위기가 저에게 좋은 역할을 해준 것 같고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이 생긴 것 같아요.
 

 

CEO스위트 홍콩.

Q. 여러 난국들이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원동력을 제공한 것 같다. 2013년도 CEO스위트의 매출이 약 350억원이었다. 더 성장했을텐데, 지금은?

A. 현재는 약 600억원 규모이지만, 각 나라별로 지출되는 비용이 많고 워낙 레드오션 시장이라 여전히 힘든 부분이 있어요. 하지만 시장을 흐리고 망가뜨렸던 위워크(WeWork)가 제가 예측했던 대로 미국에서 상장에 실패하면서 이들을 벤치마킹하던 많은 회사들에 투자가 끊어지며 시장이 정리되고 있는 단계입니다. 무분별하게 공유 오피스 사업을 시작한 회사들은 차츰 정리가 되고 있고, CEO스위트처럼 이 사업의 진정한 가치에 방점을 두는 회사들은 지속가능한 단계입니다. 바람직하고 반가운 현상이지요.

CEO스위트를 항상 우대해주고 러브콜을 보내오던 임대주들도 지금은 선택지가 많아져 임대주가 오히려 비딩을 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고요. 좋은 직원 채용도 더 어려워지니 비용은 계속 높아지고, 이익율은 점점 낮아져 쉽지 않은 여건이긴합니다. 현재로선 다방면에서 성장 동력을 찾으려 고민하고 있어요. 전 세계적으로 20년 이상 지속성장되는 회사는 10%도 안 되기에 올해 23주년을 맞은 CEO스위트는 지금이 중요한 터닝포인트입니다.
Q 근래 공유오피스의 흐름 중에 파격적인 할인을 제안하며 핫한 스타트업들의 입주를 유치하는 경우가 있다. 기업 입장에서 근무 환경에 대한 가치보다는 비용을 택하게 되는 현상이다.

A 그렇게 할인된 가격으로는 이윤을 남기기 어렵습니다. 그 조건을 제시하는 업체들은 방음, 인터넷 보안미비 등 막상 기업기밀 유지에 가장 중요한 환경을 제공하고지 못하고요. 위워크가 상장에 실패한 이유에는 온라인 보안 유지시스템 미비 외에도, Co-working 컨셉트로 오픈된 장소에서 미팅을 진행하기 때문에 경쟁사 직원들이 누구와 미팅을 하는지 한 눈에 보이고, 직원들끼리 기업 정보 이전의 심각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CEO스위트는 고객사가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프라이빗하고 개인화 된 서비스를 갖추고 있어요.

Q. CEO스위트의 특별한 멤버십 기능인가?

A. 멤버십은 저희의 중요한 포인트예요. 경쟁사들도 멤버십을 판매하고 있지만, 프랜차이징도하고 세일즈 규모가 크다 보니 관리가 잘 안됩니다. 저희는 센터가 21곳이므로 심도 있는 관리가 가능합니다. CEO스위트의 멤버가 되면 전 세계 21개 센터를 다 사용할 수 있고, 출장을 가게 되면 현지 지사에서 공항 픽업, 호텔, 미팅룸까지 모두 도와드립니다. 더 나아가 현지의 비즈니스 파트너 혹은 시장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관련 고객사 미팅을 주선 합니다. 사실 현지 정보에 있어서는 ‘신뢰’가 가장 중요하거든요. 현지는 언어와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잘못된 정보를 얻어 판단 오류를 하기 쉬운데 저희는 현지에서 20여년동안 사업을 해왔고 신뢰할 만한 업체들의 정보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네트워크를 통해 정확한 정보만 드릴 수 있는 거죠.

Q 국내 벤처기업들의 자문역할을 하며 가능성 있는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있다. 양경준 크립톤 대표와 협력해 국가 해외 진출과 육성을 돕는다고 들었다. 성과는 어떤가?

A 인도네시아 파워블로거들을 통해 여러 뷰티 제품을 판매하는 글로벌 뷰티 플랫폼 회사도 있고요, 농부들을 대상으로 감자 수확률을 높일 수 있는 교육을 진행하는, 감자로만 60억원이상의 매출을 달성한 농업법인 록야의 박영민, 권민수 대표가 인도네시아 진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세계적 규모의 토지를 보유하고 있지만 농업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거든요. 시장 조사를 이미 마치고 올해 진출을 계획중인 랭귀지 플랫폼 회사도 있고, 유튜브를 통해 우리나라 엔터테인먼트를 소개하는 회사 등이 있습니다., 소셜미디어 커머스기업 매드스퀘어는 이미 진출해서 잘 성장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들을 지근거리에서 멘토링한 경험에 의하면 미국이나 유럽에 진출할 때에는 겸허한 마음으로 가요. 영어를 전혀 못하면서 미국에 진출하겠다는 생각 안 하거든요. 그런데 인도네시아나 베트남 같은 동남아는 현지 언어와 시장을 전혀 모르면서 와요. 참 안타깝더라고요. 언어라는 것이 의사소통을 떠나서 사람의 사고 구조를 이해하는 수단이거든요. 그런 기본적인 노력 없이 무조건 통역을 데리고 현지 파트너를 찾으려면, 잘못된 정보를 듣게 되고 판단 오류를 할 수밖에 없어요. 펀딩을 받고 무조건 동남아 시장의 문을 두드릴 것이 아니라 장기간 많은 준비를 해서 진출했으면 좋겠어요. 또 진출했더라도 2-3년 안에 꼭 성과를 내려고 하지 말고, 10-20년정도의 장기적인 관점으로 진행하면 좋겠고요.

가끔 저에게 현지에서 맨땅에 헤딩의 정신으로 어떻게 살아남았냐고 질문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저의 대답은 “될 때까지 해야한다.” 입니다. 와서 준비하려고 하면 안됩니다. 플랜C, 플랜D까지 만반의 준비를 해서 현지 진출을 경험하셨던 분들을 찾아 조언도 구하며 끊임없이 배워야 하고요. 그 정도의 노력이 필수 요건 입니다.

Q 글로벌 비즈니스의 소통에서 “주어, 동사, 목적어를 넘지 마라. 요점을 말하는 능력으로 나는 살아 남았다.”고 말했다.

A. 동남아에 오래 살면서 느낀 건, 영국, 호주, 미국 교포 분들이 오히려 더 힘들어 하세요. 영어를 너무 화려하고 유창하게 하면 현지인들은 오히려 겁을 먹던지 질투를 해요. 차라리 유창하지는 않더라도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우려고 노력하면 진심이 전달되는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는 외국어 능력의 핵심은 소통을 하려는 진심, 그리고 현지인 당사자와 문화, 시장에 대한 관심이에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것보다는 완벽한 영어 문장을 중요하게 생각하죠. 사실 현지인들도 영어가 제2외국어이기 때문에 완벽하게 알아듣지는 못하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정말 간단한 영어로 핵심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죠.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심어린 눈빛, 그리고 정말 내가 전달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핵심주제 파악’을 하는 거예요. 그걸 모르면 아무리 말을 잘해도, 아무리 진심으로 접근해도, 원하는 걸 얻을 수 없죠. 그리고 상대를 만나 제가 원하는 것을 파는 것보다도 얼마나 빠른 시간 내에 상대가 원하는 것을 알아내느냐가 중요해요. 상대가 원하는 것을 도와줄 수 있어야 그들도 내가 원하는 것을 도와줄테니까요. 보통은 어떻게 내가 원하는 것을 판매할 수 있을까에만 집중하죠. 저는 세일즈만을 위한 대화법과 기술은 오히려 역효과라고 생각해요.

Q 김은미대표가 생각하는 글로벌 시티즌십(Global Citizenship)은 무엇인가?

A 세계 어디를 가도 내 집같이 편하게 느낄 수 있고 어느 나라 사람을 만나도 이웃같이 친근할 수 있는 것이다.
 

 
밀리의 전자서재 오디오북 녹음중인 김은미 대표.
Q 10년 전에 출간된 저서가 현재진행형으로 소환되고 있다. ‘대한민국이 답하지 않거든, 세상이 답하게 하라!’가 화제다. 왜인가?

A 이 책은 멘티들에게 이야기 해주는 답변들의 모음집이에요. 책을 쓸 때 블랙베리가 처음 나왔고 휴대폰으로 이메일을 보낼 수 있다는 게 참 신기했으니, 세월이 얼마나 흐르고 세상이 얼마나 변했나요. 최근 밀리의 전자서재 오디오북으로 선정돼 얼마 전 녹음을 마쳤습니다.

갑상선암수술 휴유증으로 목이 약해져 전화나 화상 통화도 되도록 피하며 문자나 이메일로 업무를 하고 외부에서 요청하는 강의도 거절해왔는데, 쉽지 않았던 오디오북 녹음은 어떤 책임감이 들어서인지 도전하는 마음으로 임했어요. 두 시간에 걸친 녹음 후에 기진맥진 했지만 덕분에 스스로도 초심을 다시 내게 되었습니다. 곧 출시될 밀리의 서재가 기대되는 이유이고, 새해 소망 중 하나였던 ‘가능한 한 자주 도전하기’의 실천이기도 합니다.

영문번역판은 인도네시아 독자들이 5년째 찾고 있어요. 왜 10년 전에 출간된 책을 지금까지 찾을까? 저도 궁금해서 다시 읽어보니 ‘근본적이고 변하지 않을 가치’가 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 세상이 빠르게 변해도 사람들이 원하게 되는 변하지 않을 가치요.

Q 변하지 않을 근본적인 가치란?

A 많은 사람들은 더 나아지려는 욕구, 세상을 더 이롭게 하려는 욕구가 있는 것 같아요. 요즘 자기계발서들은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벌까, 어떻게 하면 더 성공할까’에 초점을 맞추고 있잖아요. 하지만 제가 한국 밖으로 떠났던 것, 책을 썼던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니었거든요. 여성으로 창업하고 성공하는 것, 답답했던 시장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해 나가는 것,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끊임없이 찾는 힘든 여정. 그 여정을 통해 제가 얻을 수 있었던 내용들을 나누기 위해 책을 쓴 것이었습니다.

후배들이, 더 이상 길이 없는 것 같은 순간 꽉 막혀 멈추고 싶을 때 ‘대한민국이 답하지 않거든, 세상이 답하게 하라!’를 읽고 힘을 얻었다고 하더군요. 저의 경험이 힘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직접 그 어려운 상황들을 먼저 겪었고 힘들게 극복했던 과정과 방법에 대한 이야기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Q 세계 각국을 누비며 비즈니스를 위해 수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상처도 많이 받았지만, 본인의 정체성은 잊지 않았던 이유가 전해진다.

A 이전에는 정체성이 너무 강했던 게 오히려 저에게 독이 됐어요. 평소에 책을 많이 읽는 편이라 ‘이런 상황에서는 이래야 한다, 저런 상황에서는 저래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찼었거든요. 그 덕분에 오랫동안 해외에서 살면서 저 나름의 방식대로 커리어를 쌓아올 수 있었고요. 실수를 하고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어떻게 하면 이런 일을 피할 수 있을까 ? 그리고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만 계속 생각했어요. 그러나 머리로는 이해가 되더라도 가슴에는 상처가 됐죠.

지금은 사람의 능력으로는 감당할 수 있는 부분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내려놓으려고 하고 있어요. 사람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절대적인 힘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에, 발버둥치기보다는 그 힘을 느낄 수 있도록 스스로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첫 시도가 108배 절을 하는 것이었어요. 108배를 시작한 것이 저의 인생에 있어서 큰 행운이고 가장 큰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던 제가 잔잔하게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이 생기거든요. 그리고 몸의 명상이라고 여기는 탱고에 몰입하기도 해요. 108배 절처럼 정적인 명상이 도움이 될 때가 있는 반면, 몸을 격하게 움직이는 탱고가 또 다른면에서 도움이 될 때도 있거든요.

사실 저만의 블랙 앤 화이트가 있을 때는 머릿속에서 정리가 잘 되기 때문에 오히려 편했어요. 지금은 틀리고 옳은 것이 아니라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떻게 타협할 것인가?, 얼마나 양보할 것인가?, 어디까지 이해할 것인가?”를 계속 조율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죠. 이런 과정이 재미있지만 혼돈스럽기도 합니다. 책을 많이 읽어오면서 생긴 편견이 많기 때문에 새해에는 책을 읽지 않으려고요. (웃음)
 

 

보령제약 광고모델로 도전한 김은미 대표.
Q 너무 힘들 때는 ‘내 영혼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간다고 했는데.

A 몇 년 전에 자카르타 친구 부부들과 아르헨티나를 처음으로 방문했어요. 아르헨티나라고 하면 그저 ‘한 때 잘 살았지만 지금은 가난한 나라, 에바 페론, 제가 좋아하는 시인 보르헤스가 있는 나라’ 정도로만 생각했죠. 둘째날 밤 밀론가 탱고바에서 탱고를 처음 보게 됐고, 그 음악을 듣는 순간에 제가 확 무너져 내렸어요. 당시에도 여러가지 사업으로 인해 머릿속이 복잡한 상태였는데, 탱고 음악이 판소리를 들었을 때처럼 저의 간장을 녹이는 거예요. 탱고의 춤을 보고 첫 눈에 반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예정돼 있던 관광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2주동안 남편과 함께 탱고를 배웠어요. 아들 입시 기간 동안은 한동안 탱고를 하지 못하다가, 아들이 대학에 들어간 후 다시 남편과 아르헨티나로 갔고, 한 달 동안 탱고를 배웠죠.

그 이후 탱고가 저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됐어요. 자타가 공인한 몸치인 제가 탱고를 배운다는 것은 전 인생에 있어 사업보다 더 큰 도전이었어요. 태어나서 지금까지도 탱고를 배울 때만큼 열등감을 느껴본 적이 없어요. 지금까지 제가 할 수 있고 관심있는 것만 해왔던 저거든요. 근데 잘 하지도 못하고, 해본 적도 없는 탱고를 배우려고 하니 매번 좌절감을 느낄 수 밖에요. 그래서 스스로를 내려놓고 더욱더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올해는 아르헨티나에서 두 달 살며 탱고를 배우는 것이 목표예요. 탱고와 아들이 저를 가장 겸허하게 만든답니다. (웃음)

Q 몸의 명상이 탱고라고 한 말이 이제 이해가 된다. 일반인들은 탱고를 보면 ‘와~ 멋지다, 나도 해봤으면 좋겠다’로 끝나기 마련인데 ‘겸허’를 느끼고 ‘질투’를 느끼면서 끊임없이 잘해야겠다는 열망을 가진다는 점이 특별하다.

A 저의 멘티들 중 알파걸이 많아요. 다들 아름답고 꽤 유능하고 멋진 여성들인데, 연애는 커녕 데이트도 안 해요. 그 친구들에게 탱고를 자주 권해요. 왜냐하면, 알파걸들은 자신을 너무 사랑하다 보니 타인을 사랑하는 마음을 키울 여지가 없기도 하거든요. 저는 “우리나라 정서에 너 같은 사람이 탱고를 춘다고 하면 욕먹는다”라는 얘기까지 들었지만 인터뷰에서 적극적으로 얘기하고 멘티들에게 강하게 추천하는 이유는 탱고가 춤, 명상 이상으로 다가오는 체험을 했기 때문이에요.

저의 평생의 화두는 ‘사랑’입니다. 저 자신, 더 나아가 주변 사람과의 사랑. 탱고는 그런 마음 없이 출 수 없는 춤이에요. 낯선 사람을 끌어안는 춤이거든요. 상대가 누군지 모르는 채 아무런 의심과 경계없이 스텝을 맞추고, 춤이 끝나면 깨끗하게 뒤돌아서서 잊어야 해요. 9분 가량 되는 오랜 시간 동안 끌어안으면서 호흡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 저에게는 큰 충격이었어요. 탱고는 기본적으로 남성이 리딩하고 여성이 따라가는 춤이기 때문에, 파트너가 어떤 춤을 출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호흡을 맞춰야 하거든요. 이 포인트가 알파걸들에게 탱고를 추천하는 이유이지요. 저와 남편의 관계는 주로 제가 리딩하는 게 익숙하기 때문에, 춤을 출 때도 제가 리딩하려는 습관이 있어요. 탱고를 추면서는 리딩하려고 하지 않고, 상대의 시그널을 관찰하고 느끼려고 애쓰다보니 남편과 저의 균형이 맞추어지고 심신이 건강해졌어요.

영화 아바타를 아주 좋아하는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I see you”하고는 말없이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었거든요. “I see you” 로 모든 것이 소통되는 것처럼, 탱고는 그런 춤이에요. 저의 추천으로 탱고를 시작하게 된 많은 멘티들이 모두 고맙다고 해요. 탱고를 통해 실제로 연애를 시작하거나 결혼을 하게 된 친구들도 있고요.

하바나에서 탱고를! 김은미 CEO스위트 대표.

하바나에서 탱고를! 김은미 CEO스위트 대표.

Q 탱고를 통해 인간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다양한 사랑의 깊이를 체험한 것 같다. “네 안에서 다음의 세가지를 볼 수 있는 사람을 신뢰해라. 너의, 미소 뒤에 있는 슬픔, 분노 뒤에 있는 사랑, 침묵 뒤에 있는 이유.” 이에 해당하는 사람은?

A 스스로는 운이 아주 좋다고 생각하는 것이, 저에게 가장 큰 존재가 남편이에요. 물론 처음엔 그렇
지 않았지만, 세월이 쌓이고 힘든 시기를 함께 겪어 나가면서 익어간 것 같아요. 워낙 바쁘게 사는 저이다 보니 지금도 몇 주째 떨어져 있습니다.

또 잠깐 만나고 헤어지지기를 반복하며 살지만, 이제는 굳이 서로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는 사이가 되어서 너무 감사해요. 남편도, 저도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니 서로 그런 부분을 이해하게 됐어요. 남편과 함께 있을 땐 그 시간대로 좋고, 따로 있을 때는 좋아하는 친구들을 만나요. CEO스위트 임직원들도 22년간 저와 함께 달려오면서 이제는 서로 눈빛만 봐도 마음을 알아요. 워낙 사람을 좋아하는 저이다 보니 상처도 많이 받지만 결국은 사람이 저에게 큰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지금도 홍콩의 제반 상황이 안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극단적으로 현재의 재산 다 날린다고 하더라도 인간 관계는 남는 거니까요.

Q. 중국 CEO스위트 베이징 직원 중 당사의 모델을 그대로 카피해서 경쟁사로 가버린, 소위 ‘배신’ 같은 큰 잘못을 했음에도 용서하고 다시 받아들였다는 일화가 있다.

A 제가 평소에 사사건건 남편하고 의논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저 자신만의 블랙 앤 화이트가 심한 편인데 남편은 저와는 아주 다른 사고를 가지고 있어 저를 다른 관점에서 다시 생각하게 해주거든요.

초창기부터 30년 넘게 함께 회사일을 해온 직원도 있을 만큼, 저는 인간관계에서 신뢰를 중요시했습니다. 그런데 꼭 그럴 필요는 없다는 것을 남편을 통해서 배웠어요. 남편은 “비즈니스는 그냥 거래일 뿐이니 그런 마음을 낼수록 상대방도 당신도 부담스러워진다. 함께 하는 동안은 친하게 잘 지내라. 가야할 때는 언제든지 쿨하게 보내주고, 또 다시 만날 때는 언제든지 받아줘라.” 그러나 비즈니스에서는 잘 되지만 다른 대인 관계에서는 상처를 받게 되더라고요. 그것 조차도 남편은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변하는데, 사람이 어떻게 안 변할 수가 있겠나? 변하더라도 좋은 방향으로만 변할 거라는 기대를 버려야 한다. 그런 부분까지 다 받아들이고 물처럼 흘러가는 대로 살아야 자신의 마음이 편하다.”라고 말하더군요.

그래서 용서해주고 다시 받아들였던 직원은 돌아와서 은퇴할 때까지 CEO스위트에서 일했고 2019년에 은퇴했어요. 이 외에도 오래 근무하다 잠시 경쟁사로 이직했다가 6개월만에 돌아온 직원들이 서너명 있습니다.

유사원, 김은미대표 부부.

Q 마지막질문이다. 2020년 새해의 다짐이 ‘매일하는 것은 운동과 공부 그리고 감사, 자주하는 것은 도전과 탱고. 덜 하는 것은 비평, SNS, 매니큐어와 패디큐어’ 라고 했다.

A 매니큐어와 패디큐어는 상징적으로 말했던 것입니다. 평소 외부 활동이 잦다 보니 메이크업이나 머리 등 외면적인 것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게 되요. 그러다 깨달은 것이 ‘외면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거기에만 치중하다보면 다른 것을 놓치게 된다’였어요. 매니큐어, 패디큐어를 덜 하며 죽을 때 까지 섹시하기! ‘세월’은 변하지 않는 가장 큰 경쟁력이니, 자연스럽게 당당하게 나이를 먹는 것이 향후의 큰 소망입니다.

CEO스위트 홍콩으로 잡았던 약속 장소가 현지 시위상황 때문에 한국으로 바뀌어 만난 인터뷰 날, 김은미 대표는 여전히 도회적인 아름다움과 세련된 당당함으로 미소했다.

여러 나라에서 도미노처럼 이어지고 있는 준 전시상황 같은 회사의 위기들을 견뎌내는 중이라고는 믿기기 않을만큼 깊어진 눈매가 편안하기까지 했다.

道의 경지에 다다른 것이냐고 질문하자 웃는다.

세월의 희로애락을 온전히 겪으며 이겨낸 사람에게서만 느껴지는 경지이다.

열정 가득한 모습으로 탱고를 얘기한다. 그녀에게 탱고는 명상이자

인간애를 표현하는 에너지원이며 기업의 희로애락을 견디게 하는 명약이다.

아니 그녀의 삶 자체다.

2021년 CEO스위트 홍콩에서 지금의 여러 가지 위기를 잘 극복한 후

멋진 모습으로 다시 만나 그간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로 약속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돌아오는 길, 문정희 시인의 詩를 읖조렸다.

탱고의 詩 –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기억

유랑의 악보 속에

다리 하나 숨기고

붉은 죄 휘감고 치솟다가

풀고

풀어 주고

다시 뜨거이 휘감는다

가벼이 눕다

하르르!

피어나라! 불새

당신 입술 과일도 아닌데

파먹고 싶어

가쁜 숨결

맨발로

소나기 비통하게 땅을

두드리는 밤

당신은 탱고

슬픈 새의 춤

집시의 피가 속삭인다

당신은 카스카벨!*

은방울 심장을 통통 두드린다

문 정 희

*cascabel : 방울, 맑고 쾌활한 사람

커피는 어둠처럼 검고, 재즈는 선율처럼 따뜻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을 떠올리는

김은미 CEO스위트 대표.

커피는 어둠처럼 검고, 재즈는 선율처럼 따뜻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을 떠올리는 김은미 CEO스위트 대표.

매일경제
배양숙 글로벌인사이트포럼 대표
기사입력2020.02.13. 오후 5:10
최종수정2020.02.13. 오후 5:17

Apr 0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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